오늘도 커피 볶는 집의 커피는 번거로운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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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경대 앞의 볕이 잘 드는 한적한 골목 일층건물에 중화슈퍼와 커피숍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커피숍의 이름은 “오늘도 커피 볶는 집”. 내가 알기로 부산에서 가장 맛있고 다양한 커피를 저렴하고 또 푸짐하게 마실 수 있는 로스터리 커피숍이다.

크레딧: withen

사장님은 오늘도 로스터기 앞의 어두운 자리에 앉아 스탠드의 불을 켜고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커피콩을 골라내고 있다. 결점이 있는 원두를 골라낸 후에야 로스팅을 한다는데 얼핏 보아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고 있는 결점두의 수가 적지 않아 보인다.

왜 그런 커피콩 아깝고 귀찮은 짓을 매번 해야 하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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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외출을 한다. 거리를 걸으며 어느 정도 옷 구경과 식사를 끝내고 나니 자연스레 커피 생각이 난다. 부경대에 왔을 때 커피 생각이 나면 어딜 가야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다. 발걸음이 저절로 오늘도 커피 볶는 집으로 향해간다. 가게에 들어선다. 오늘도 이문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깊은 밤을 날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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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나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에 이문세의 노래를 들으며 이곳에서 5주짜리 핸드드립 수업을 들었었다. 왜 이곳의 커피가 유독 향긋하고 맛있는지도 궁금했었고 집에서도 이만큼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드립을 배우는 시간이었지만 사장님은 드립 외에도 커피에 관한 여러 가지 얘길 해주셨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핸드픽에 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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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로스터리 커피숍에서는 원두를 배전하기 전, 같이 배전했을 때 맛과 향을 헤치는 원두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것을 핸드픽이라고 한다. 결점이 있는 원두들도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먼 길을 오느라 이동 중에 부서진 콩, 갈라진 콩부터 시작해서 곰팡이가 핀 콩, 썩은 콩, 크기가 작아 볶을 때 먼저 타버리는 콩 등이 있다. 밝은 불 아래서 그런 결점두들을 하나하나 골라내고 나서야 커피콩을 볶기 시작한다. 아저씨는 볶아 낸 후에도 다시 한 번 놓친 결점두가 없나 살펴보는데 볶을 때 결점두가 들어가면 향을 해치지만, 같이 분쇄한 후 커피를 내리게 되면 맛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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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거대 체인에 유통되는 커피들은 콩을 하나하나 걸러내는 수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커피콩을 기존에 볶는 시간보다 조금 더 볶아 살짝 태운다고 한다. 그렇게 스모키한 향을 입혀 잡스러운 맛과 향을 숨기는 것이다. 나 역시 탄내가 물씬 나는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가 종종 있지만 그런 커피가 몸에 좋을 리가 없다.

인터넷으로 판매되는 저렴한 원두도 대부분의 경우 마찬가지다. 한번은 커피 볶는 집의 손님이 공짜 원두가 생겼는데 집에 그라인더가 없다며 원두를 갈아가려고 아저씨를 찾아 왔었는데, 아저씨가 살펴보니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어 썩은 콩, 곰팡이 쓴 콩을 하나하나 골라내어보니 전체 원두 양의 50~60% 정도였고 눈으로 직접 썩은 콩을 확인한 그 손님은 손을 내저으며 마시지 못하겠으니 버려달라고 부탁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아저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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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커피 볶는 집의 아저씨는 로스터기 앞 좁은 자리에서 작은 스탠드의 불을 켜고 커피콩을 만진다. 커피를 내리는 드립퍼의 본을 따 물이 내려가는 속도를 연구해 보기도 하고, 커피와 건강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감기에 걸려 훌쩍 댈 때도 아저씨가 내려주는 진한 커피 한잔이면 콧물이 쑥 들어간다. 실장님은 언제나 예쁜 꽃과 맛있는 떡을 준비 한다. 가게 앞 화단을 가꾼 솜씨만 보아도 보통이 아니다. 아저씨에게 커피를 배우며 일하고 계신 실장님도 아저씨의 그것을 닮아 언제나 첫 인사가 커피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고 두 눈은 촉촉하다. 오늘도 커피 볶는 집의 커피는 번거로운 맛이 난다.

크레딧: withen
  • 커피숍의 이름이 <오늘도 커피 볶는 집>입니다.
  • 아저씨가 결점두를 친절하게 분류해주시고, 이름표를 붙여 주셔서 결점두의 상세 사진은 똑딱이로 찍었습니다.

written by withen on 2011-04-04 #lifestyle #coffee #roast #bean #busan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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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daehyun
    daehyun ·

    저도 드립커피 좋아하지만, 이렇게 정성껏 원두를 골라내 내린 커피맛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커피콩 고르듯 정성껏 찍은 아날로그 사진으로 보니 더 좋은 것 같네요. :)

  2. jiyoung_sung
    jiyoung_sung ·

    오늘도 커피볶는 집. 부산에 가면 꼭 가보고 싶네요.

  3. withen
    withen ·

    감사합니다. =) 부산에 가 들려보고 싶으신 분들은 문의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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