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밤은 서울의 밤보다 아름답다 ; 덕수궁의 밤

서울 5대고궁 중에서 유일하게 연중으로 야간관람이 가능한 덕수궁.
환한 조명으로 밝혀진 덕수궁 이곳저곳을 걷고 있노라면 어느새 서울의 소음은 사라지고 정적만이 흐르게 되는데요. 들리는 것은 이따금씩 불어와 머리를 흩뜨리는 바람소리와 어느새 같은 걸음으로 걷고 있는 나와 당신의 흙 밟는 소리 뿐. 그래서 한걸음 한걸음에 더 의미를 담아 걷게 되는 밤의 덕수궁입니다.

덕수궁의 정문, 대한문.

입장권을 끊고 대한문을 들어서면 웜홀을 통과해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SF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고, 텅빈 건물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잠들어 있는 사람들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저의 걸음엔 무게가 실립니다. 덕수궁의 원래 명칭이 ’경운궁’이였듯이 대한문 또한 ’대안문’이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가 1900년대 초 덕수궁 화재로 궁궐을 다시 짓는 과정에서 ’대한문’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얻게 됩니다.

중화문.

대한문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걷다보면 오른편으로 ’중화문’이 보입니다. 경복궁의 근정전이나 창덕궁의 인정전 등 다른 고궁의 정전과는 달리 중화전은 회랑과 담으로 둘러쌓이지 않아 중화문을 ’통과’하여 정전에 들어간다는 의미가 덜 한 것 같아요.

중화전.

조명을 받은 중화전의 모습은 꽤나 화려합니다. 중화전 앞에도 24절기를 상징하는 24개의 품계석이 좌우12개씩 세워져있는데, 중화전을 바라보았을 때 오른쪽이 문관, 왼쪽이 무관의 자리였다고 합니다. 왕을 알현하는 자리이니 만큼 급하게 뛰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바닥돌을 울퉁불퉁하게 깎아 깔아놓았다고 하니, 뒷짐을 지고 양반걸음으로 느릿느릿 걸어봅니다. 에헴~!

중화전 앞 ’드므’뒤로 보이는 석조전.

고궁의 건축물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드므’.
우리나라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발음이 French스러운데요, 화재에 취약한 목조건물이기에 물을 담아놓고 불을 지르러 온 귀신이 드므 속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가도록 했다고 합니다. ’전통소화기’라고 해야할까요? 무도사 배추도사만큼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우리나라 고궁입니다:)

석조전.

그리스의 신전을 떠올리게 되는 석조전에서는 건축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흔히 ’양머리기둥’이라고 배운 ’이오니아식’기둥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국적인 건물인 석조전이 그 당시 사람들의 눈에는 얼마나 신기해보였을까요?
석조전 앞에는 서양식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어 여름철에는 조명이 켜친 아름다운 분수를 볼 수 있는데,등나무벤치에 앉아 분수대와 석조전을 보고 있노라면 여기가 덕수궁인지 프랑스궁전인지, 즐거운 착각마저 들게 됩니다. 꼭 비행기를 타야만 먼나라 여행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서울 내에서도 바다 건너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이죠~

정관헌.

석조전만큼이나 덕수궁에서 이국적인 건물을 꼽으라면 ’정관헌’을 빼놓을 수 없겠죠! 사방이 화려한 무늬로 이루어진 발코니에 둘러쌓인 탁 트인 구조로 가운데에는 서양스타일의 식탁이 놓여져 있습니다. 연회와 다과를 즐기는 공간이였다고 하니, ’가비’를 마시며 앉아있었을 옛사람들을 떠올려보게됩니다.

석어당.

덕수궁에는 서양식건물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뛰어난 건축기술을 보여주는 2층목조건물인 ’석어당’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남아있는 건축물 중 석어당만이 유일한 2층건물이라고 하니 더욱더 소중히 여겨지게 되는군요. 윗층과 아래층 모두에 단청지붕이 있어 아래에서 보았을때 밤하늘과 어울려진 모습이 더없이 멋집니다.

함년전 앞마당에서.

고궁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다고는 하지만, 건물 하나하나를 사진찍으며 석조전 뒤로 이어지는 소나무숲 산책로까지 걷다보면 야간관람을 끝내야할 시간이 됩니다.
“아~~”
여기저기서 아쉬움 가득담긴 탄성이 들리는군요!
앞서 말한 것처럼 덕수궁 야간관람은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가능합니다. 입장은 저녁 8시, 퇴장은 한시간 뒤인 9시까지이니 ‘1,000원’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하시고 싶거나 고즈넉한 고궁의 밤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시다면 지금 바로 1,2 호선 시청역에서 내리시면 됩니다.
혹시 덕수궁 석어당을 석어당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시면 아는 채 해시구요:D

written by mingkie on 2012-03-31 #places #night #seoul #palace #location # # # # #art-and-culture # # #deoksug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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